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은 설명절 다음에 오는 명절로 한해의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사실 지금은 대보름을 예전만큼 큰 명절로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외국의 축제에 밀려, 단지 보름달/부럼깨기/오곡밥 정도의 몇 가지 단어로만 그 흔적을 좇을 정도로 그 의미가 많이 축소됐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하니 이런저런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이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예전엔 큰 명절, 지금은 오곡밥 먹는 날로 알고 있는 정월 대보름이 궁금하니,
곧 다가올 대보름엔 어떤 날인지 조금은 알아보고 오곡밥을 먹어보자.
대보름은 한자어로는 ‘상원’이라 한다.
중원(음력 7월 15일, 백중날), 하원(음력 10월 15일)과 함께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는 설날만큼 중요한 명절이었다.
그밖에 예전에는 1년 12달 세시풍속이 약 190건 정도였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온통 축제의 나라였던 듯하다.
그 많은 풍속 중에서도 달을 기준으로 삼는 음력을 사용하는 문화에서 첫 보름달의 의미는 남달랐다.
정월대보름이 그렇고, 그 다음 큰 명절인 추석이 그렇다.
달은 여신과 대지를 뜻하며, 꽉찬 보름달은 풍요를 상징한다.
이처럼 달이 중심이 되는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은 중국에서도 중요한 명절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추석은 한식, 단오, 중구(9월 9일)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명절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보름달의 비중이 훨씬 컸다.
앞에서 말했듯이 농경사회인 우리 문화에서 달의 상징은 여신/대지의 음의 상징이며, 보름달은 풍요의 의미다.
태양이 양이며 남성을 의미한다면, 달은 음이며 여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달은 여성/출산/물/식물과 연결된다.
그리고 여신은 대지와 결합되며, 만물을 낳는 지모신으로의 출산력을 가진다.
세시풍속에서 동제와 줄다리기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첫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여신에게 대지의 풍요를 비는 동제는 주로 정초, 대보름, 10월에 행해졌다.
정초나 추수철에 둥근 보름달을 보며 풍요를 비는 것이다.
줄다리기도 대보름날 행사 중 하나로, 첫 보름달이 뜨는 밤에 하곤 했는데,
암줄과 수줄의 고리를 걸어 암줄 쪽이 이겨야 대지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밖에 남아있는 풍습은 오곡밥 먹기, 귀밝이술, 부럼깨기, 묵은 나물, 쥐불놀이 등이다.
사실 쥐불놀이도 예전에나 있었지, 요즘은 화재위험이 많으니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우리 풍속에서 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토록 크고 강했으니,
달이 훤하게 꽉 들어찬 그 해의 첫 번째 보름달에게 어찌 풍요를 기원하며 귀히 여기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야말로 그해의 풍작을 좌우하는 중요한 날이며 상징적인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리 중요한 날 풍족하게 먹고,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사회는 농경에서 산업으로 많이 변해왔고,
그리하여 달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또한 많이 퇴색했지만,
우리가 아직은 오곡밥을 배불리 먹고, 부럼을 이로 우지끈 깨며,
귀밝이 술을 마시고 있으니,
이번 정월대보름엔 올 한해 풍요를 얼큰하게 한번 빌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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